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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안녕?

너 소식이 너무 궁금하더라

그래서 연락했어

나 결혼해

그래서 연락했어

그때 취업 준비하던 거는 어떻게 됐어?

 

어.. 너랑 헤어지고 몇 개월 뒤에 바로 합격했어.

 

아 그렇구나. 정말 잘됐다. 잘됐네

 

응. 고마워.

너도 결혼 축하해. 요즘은 무슨 일 하고 지내?

 

나는 여기저기 옮겨다니다가 이제 서울을 떠나 여유롭게 살려고.

 

그렇구나. 너랑 잘 어울린다.

 

응...

 

우리는 이 대화를 끝내고는 꽤 긴 정적이 흘렀다.

내가 그에게 연락한 이유가 뭐였지? 스스로 자문을 하게 되는 꽤 긴 시간이었다.

 

정적을 먼저 깬 건 그였다.

 

나도 좋은 사람 만나고 있어.

 

아.. 그래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기뻐

헤어졌고 우리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항상 잘 지내고 있기를 기도했어.

 

응. 나도.

그 기도 덕분에 다 좋아졌나봐.

난 헤어지고 보니 너한테 미안했던 것들 아쉬운 것들이 많이 남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난 당장 너에게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또 열심히 살았지.

 

잘했네.

나는 너랑 헤어지고 뭐랄까.. 연애 디톡스 하는 느낌이었다?

너처럼 나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 번 진로를 잡는 기회도 갖고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았어.

 

디톡스? 그렇게 들으니 조금 서운하네.

 

너가 집착을 많이 하긴 했잖아. 내가 얼마나 답답했는데

 

아니. 너가 좀 자유분방했잖아. 

 

자유분방이라니 남사친 몇명에 급발진한 거지. 너가

 

장난끼 어린 대화로 그때를 추억하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그때는 죽자고 싸우던 주제도 이제서야 웃으면서 말하게 되었다.

 

지금 여자친구한테도 그래?

 

아니. 나도 철 좀 들었지. 직장 사람들한테는 질투 안 해. 

근데 그 친구도 이성친구가 많지 않아서 크게 질투할 일도 없어.

 

그래? 너랑 잘 만났네

나는 결혼할 사람이 여사친이 많아서 가끔 너 심정이 이랬을까? 생각도 했어.

 

그래~ 다 나중에 그대로 당하는 거라니까?

라며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 시절의 장난끼 많은 그를 살짝 마주한 것 같아서 반가웠다.

 

너는 개구진 거는 여전하네.

 

잘생긴 것도 여전해.

 

너가 언제부터 잘생겼다고?

 

뭐래. 나 잘생겨서 좋아한 거 아니었냐?

 

아닌데.

 

그럼 그때 내가 뭐가 좋다고 만났어. 너보다 학벌도 안 좋고, 취업도 못했었는데.

 

음... 그래 내 스타일대로 잘생기긴 했지.

나는 근데 너 눈빛이 참 좋았어. 같이 만났던 친구들도 말할 정도로 너 눈에서 꿀 떨어졌던 거 말이야.

그런데 또 싸울 때는 그 눈빛이 싸늘해서 정 떨어지기도 했어. 

어때. 그 정도면 맞는 것 같지?

 

내가 눈이 좀 반짝거리긴 하지. 

지금 여자친구도 그런 말 해.

 

그게 너가 갖고 있는 매력인가봐.

아무튼 잘 지내고 있는 거 확인했으니까 좋다.

인생 2차전 앞두고 20대 초반 소중한 추억에게 안부 묻고 싶었어.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해주니 고맙네.

나도 첫사랑이 5년 만에 연락와서 얼떨떨하긴 하지만 반가웠어.

잘 살아. 나도 잘 살게.

 

응. 갑자기 연락했는데 잘 받아줘서 고마워.

너도 잘 살아.

이만 가볼게.

 

어느 누구도 밥 한 번 먹자거나 한 번 기회되면 보자는 가벼운 빈말조차 하지 않았다.

정말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거겠지.

그럼에도 보고싶은 마음은 분명 있다. 지금의 일상과 인연이 더욱 소중한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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