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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과 

그것이 상기시키는 생각들.

 

류휘석 시인의

[거울에는 내내 텅 빈 것이 비치고]

 

시인 이름 옆에 자연스럽게 소개글이 있는데

1994년생이라는 점이 새로웠다.

또래의 글이라 그런지 

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나는 사랑이 끝난 몸을 아무렇게나 던져둔다

 

물병을 물로 씻는 건 당연한 일인데

사랑이 끝난 몸은 사랑으로 헹궈낼 수 없고"

 

난 사랑이 끝난 몸을 사랑으로 헹궈내려는 시도는 해봤다.

잘못하면 부작용이 심해 호되게 당했었다.

아무렇게나 던져두어 조금 휘발되게 

갔나 안갔나 모를 정도로 시간이 지나서 

서서로 일어나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새벽이 되면 종종 거리로 나가

곧게 선 구조물 앞에 가만히 서 있기도 했는데

 

지구에는 이만한 슬픔이 담아낼 봉투가 없고

 

나는 영영 수거되지 못할 것 같다"

 

슬픔을 버릴 수 있다면..? 하는 상상 속에서 해봄직 하다.

나는 수거되지 못할 슬픔을 갖고 있는 것이 두려워 

그것으로부터 숨기도 했다.

 

누군가 내 슬픔을 가져갈 것이라는 기대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끌어안고 체할듯 삼키며 우물우물 씹어대야 

언젠가 없어질 그런 감정..

 

 

서영처 시인의 [도시의 규격]

 

"칸칸마다 청구서처럼 입주한 사람들 규격 속에 들어가면 안심이야 도시는 가로수를 세로로 세운다"

 

"내 잠과 네 잠 사이를 회유하는 귀신고래 등 위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들러붙은 꿈들 내 불안과 네 불운을 가로지르며 부침하는 섬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항상 어딘가 떠나고 싶은 꿈을 잊은 적 없다.

편리함 속에 감수하는 수많은 불편함들.

막히는 도로, 붐비는 지하철 속 욕하는 사람들, 윗층의 소음에 우퍼를 사서 윗층을 향해 틀어놓는 사태.

 

공간이 필요하다.

숨을 쉴 수 있고, 소음을 낼 수 있고, 달릴 수 있는 공간들.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을 키울 수 있고, 창문을 열어도 누구도 날 지켜보지 않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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