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마음
- 향수 2022.11.22
- 망가질 때까지 쓰는 게 좋은 걸까 2022.11.13
- 남은 나와 다르다 2022.10.30
- 연락 2022.05.29
- 떠나갈 사람아 2020.08.21
- 날카로운 말 2020.07.30
-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2020.07.01
- 우리의 얼굴이, 성격이 억의 수만큼 다르듯 인생도 각자 다른 것 2020.02.13
향수
망가질 때까지 쓰는 게 좋은 걸까
요즘 휴대폰이 너무 느리고 보호필름은 점점 금이 가서 화면이 깨끗하지가 않다.
폰을 바꿔야지 바꿔야지 하는데도 어떤 폰을 어떻게 고를지 고민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런대로 쓰고 있다.
어떤 것을 망가질 때까지 쓰는 게 과연 좋은 것일까?
그 상태가 될 때까지 내가 감당하는 딜레이, 스트레스, 거슬림 등을 왜 비용으로 치지 않는가!!
사람 관계에서 특히나 그랬던 것 같다.
맞지 않는 인연을 참지 못할 때까지 끌고 가다가 도저히 못 참고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버티는 나...
정리하기에도 감정이 너무 소모되고, 끌고 가기에도 지치는 그 언저리에 꽤나 오래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인내할 필요 없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미안할 필요도 없었는데...
얼른 좋은 폰도 사서 바꿔야지,
그럼 지금 폰도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다는!
남은 나와 다르다
아주 어린 아기 때는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 한다고 한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점차 커가며 유아기를 지나 점차 나와 남을 인식하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30살이 되어가는 요즘에도 나는 새삼스럽게 '남은 나와 다르다'를 깨닫는다.
10대 때는 세상의 모든 관심이 날 향하는 줄 알았지.
모든 행동에 신경 쓰고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어.
세상을 내가 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남들도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20대가 되니 나는 사실 주인공 역할은 아니겠구나 알았어.
꿈은 점점 작아지고.
사실 그렇게 특출난 것도 없고, 사실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사실 그렇게 인기도 없고, 뭐 그런 나름 평균은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
연애를 하면서도 나는 이 문장을 많이 되새겨야 했어.
'남은 나와 다르다'
날 사랑한다면서 왜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 걸까?
왜 너는 내가 되지 않는 거야?
날 사랑한다면 제발 이렇게 해!
라는 생각을 꽤 많이 했다.
이 때문에 많이 싸우고 결국 극복하지 못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다른 인연에게 생긴다면
조금 더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싶다.
나와 다른 모습을 (폭력적으로)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일상에서 또한
또 사람들은 왜 이렇게 멍청할까?
이 조직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지?
라는 질문을 끈질기게 하며 때때로 외로워진다.
살아가는 게 끝없이 깨어짐이다.
내 세상을 조금씩 깨부수어 남의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는.
어쩔 때는 끝도 없이 견고해지고
어쩔 때는 끝도 없이 무너져버린다.
그 사이에서 끝없이 방황한다.
깨어지는 건 꽤 아프다. 꽤...
안 아파도 되는데...
아직도 나는 아기마냥 내 세상을 꽉 붙들고 있다.
연락
어.. 안녕?
너 소식이 너무 궁금하더라
그래서 연락했어
나 결혼해
그래서 연락했어
그때 취업 준비하던 거는 어떻게 됐어?
어.. 너랑 헤어지고 몇 개월 뒤에 바로 합격했어.
아 그렇구나. 정말 잘됐다. 잘됐네
응. 고마워.
너도 결혼 축하해. 요즘은 무슨 일 하고 지내?
나는 여기저기 옮겨다니다가 이제 서울을 떠나 여유롭게 살려고.
그렇구나. 너랑 잘 어울린다.
응...
우리는 이 대화를 끝내고는 꽤 긴 정적이 흘렀다.
내가 그에게 연락한 이유가 뭐였지? 스스로 자문을 하게 되는 꽤 긴 시간이었다.
정적을 먼저 깬 건 그였다.
나도 좋은 사람 만나고 있어.
아.. 그래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기뻐
헤어졌고 우리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항상 잘 지내고 있기를 기도했어.
응. 나도.
그 기도 덕분에 다 좋아졌나봐.
난 헤어지고 보니 너한테 미안했던 것들 아쉬운 것들이 많이 남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난 당장 너에게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또 열심히 살았지.
잘했네.
나는 너랑 헤어지고 뭐랄까.. 연애 디톡스 하는 느낌이었다?
너처럼 나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 번 진로를 잡는 기회도 갖고
열심히 또 즐겁게 살았어.
디톡스? 그렇게 들으니 조금 서운하네.
너가 집착을 많이 하긴 했잖아. 내가 얼마나 답답했는데
아니. 너가 좀 자유분방했잖아.
자유분방이라니 남사친 몇명에 급발진한 거지. 너가
장난끼 어린 대화로 그때를 추억하며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그때는 죽자고 싸우던 주제도 이제서야 웃으면서 말하게 되었다.
지금 여자친구한테도 그래?
아니. 나도 철 좀 들었지. 직장 사람들한테는 질투 안 해.
근데 그 친구도 이성친구가 많지 않아서 크게 질투할 일도 없어.
그래? 너랑 잘 만났네
나는 결혼할 사람이 여사친이 많아서 가끔 너 심정이 이랬을까? 생각도 했어.
그래~ 다 나중에 그대로 당하는 거라니까?
라며 놀리는 말투로 말했다. 그 시절의 장난끼 많은 그를 살짝 마주한 것 같아서 반가웠다.
너는 개구진 거는 여전하네.
잘생긴 것도 여전해.
너가 언제부터 잘생겼다고?
뭐래. 나 잘생겨서 좋아한 거 아니었냐?
아닌데.
그럼 그때 내가 뭐가 좋다고 만났어. 너보다 학벌도 안 좋고, 취업도 못했었는데.
음... 그래 내 스타일대로 잘생기긴 했지.
나는 근데 너 눈빛이 참 좋았어. 같이 만났던 친구들도 말할 정도로 너 눈에서 꿀 떨어졌던 거 말이야.
그런데 또 싸울 때는 그 눈빛이 싸늘해서 정 떨어지기도 했어.
어때. 그 정도면 맞는 것 같지?
내가 눈이 좀 반짝거리긴 하지.
지금 여자친구도 그런 말 해.
그게 너가 갖고 있는 매력인가봐.
아무튼 잘 지내고 있는 거 확인했으니까 좋다.
인생 2차전 앞두고 20대 초반 소중한 추억에게 안부 묻고 싶었어.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해주니 고맙네.
나도 첫사랑이 5년 만에 연락와서 얼떨떨하긴 하지만 반가웠어.
잘 살아. 나도 잘 살게.
응. 갑자기 연락했는데 잘 받아줘서 고마워.
너도 잘 살아.
이만 가볼게.
어느 누구도 밥 한 번 먹자거나 한 번 기회되면 보자는 가벼운 빈말조차 하지 않았다.
정말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거겠지.
그럼에도 보고싶은 마음은 분명 있다. 지금의 일상과 인연이 더욱 소중한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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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갈 사람아
금방 떠나갈 사람아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가지마라
너 떠나고 난 자리가 너무 크다.
_緣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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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말
칼이 날카로운 것을 알면
행여 다칠까 더 조심하고
손톱이 길었을 때는
가려운 곳을 긁는 것도 조심한다.
내뱉는 말도 얼마나 날카로운지 알면
좀더 조심할 수 있을텐데.
_緣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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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내가 믿는 신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동안 밝혀질 일은 없겠지만.)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잠잠히 생을 마감하고 싶다.
세상 모든 것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
먹고, 사고, 놀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노동으로 얻는 돈이 필요하고
노동은 그 안에서 천국을 만들 수 없다.
불완전한 행복의 수단으로 불완전한 행복의 유희를 즐긴다.
삶의 끝에 아무것도 없다면 이 삶 안에서 모든 유희를 쫓아야 하는 것인데
그 유희를 위해 또 무엇을 희생하며 살아야 하는가.
오늘도 세상에서의 내 가치에 실망하고 좌절한다.
하나님은 삶의 끝에 천국을 약속하셨다.
그 약속은 오직 믿음으로 완성된다.
천국의 대가는 순결한 믿음이다.
믿음의 가치가 천국, 영원한 행복이라고 하는 신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려고 한다.
선하게 살고 사랑하며 살라는 말씀을 지켜내고 싶다.
삶의 소망이 철저히 계산적인 이생에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이 좌절하고 지칠까.
이생의 소망이 이생이 아닌 그 끝에 있기에 또 버티고 이겨낸다.
우리의 얼굴이, 성격이 억의 수만큼 다르듯 인생도 각자 다른 것
20대 후반으로 달려오며(혹은 걷거나 기어오기도 하며)
10대와 20대 초반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인생을 사는 방법, 인생의 정답이 무엇인가 나도 모르게 찾고 있다.
유튜브에
'20대에 인생 꼬이는 과정' '이 일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 등을 보며
내 인생과 비교해보고 내 인생을 평가하고 있다.
내 행동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허락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안타깝다. 안쓰럽다. 스스로가...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정답인가?
사람들과 갈등을 직면하고 싸우는 것이 정답인가?
할 말을 다 하는 것이 정답인가?
스스로 자신이 없는 부분에 대해 지인, 책, 동영상 등을 찾아보며 답을 얻고자 했다.
수없이 많은 대화를 하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도
결국 행동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책임지는 것도 나 자신이다.
10년 후, 20년 후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오늘 지인과 대화를 하며
"요즘 나를 잘 모르겠다."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지만
"나는 이런 걸 좋아해. 이런 걸 하고 싶어."라는 말이 나오자
"너 스스로 좋아하는 거 잘 알고 있는데?"라는 답을 들었다.
나는 남보다 나에게 관심이 많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안다.
너무 많은 것에 관심이 있어 혼란스러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비로소 어떻게 행복을 찾아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자.
정답이 없는 것에 정답을 찾으려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내 행동을 외부에게서 합리화하기보다
나의 현재와 미래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선택을 하자.
또한, 과거는 선택의 고려요소가 될 수 없다.
내 인생의 답은 나의 내부에 존재한다.
한 직장에서 40년 넘게 일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고,
오랜 세월을 방황하며 도전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그 안에, 열정과 책임감만 있다면 문제 없다.
가슴이 뛰는 일이 있고, 지금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자.
제발 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지 말자.
내 가치를 스스로 드러내어 꽃 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건 오직 나 자신만 할 수 있다.
선택과 행동은 외부가 아닌 나 자신의 내면에게서 시작해야 한다.